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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용의 마음노트} “난 원래 그래”, 그 말 뒤에 숨은 마음
  • 김호용 공인회계사/작가
  • 등록 2026-01-17 15: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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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용 (공인회계사/작가)살다 보면 이런 장면, 꽤 자주 보지 않아? 결과는 빨리 받고 싶은데 과정은 가능한 한 줄이고 싶은 마음. 좋은 관계는 갖고 싶은데 불편한 대화는 피하고 싶은 마음. 성장은 하고 싶은데 꾸준함은 부담스러운 마음. 


그리고 그때마다 입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 있잖아.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 “난 원래 꾸준히 못해.” “난 원래 표현을 잘 못해.” 


처음엔 그 말이 그냥 성격 설명처럼 들리는데, 가만히 보면 어떤 때는 그 말이 나를 이해해 주는 말이 아니라, 나를 편하게 해주는 ‘면제부’ 처럼 쓰일 때도 있더라.

 

그래서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자주 해. 세상에는 ‘이치’라는 게 있잖아. 누가 정해 놓은 규칙이 아니라, 그냥 삶이 그렇게 돌아가는 흐름 같은 것. 


이를테면 이런 거지. 씨를 뿌려야 열매를 맺고, 힘을 쏟았으면 쉬어야 다시 움직이고, 신뢰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고, 상처는 시간이 있어야 아물고, 말은 한번 뱉으면 되돌리기 어렵고, 약속은 지킬 때 관계가 자라나고. 


이건 너무 당연해서 별 말할 것도 없는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이 당연한 이치를 알면서도 자꾸 다른 길을 찾으려 해. 가능하면 덜 힘들고, 덜 불편하고, 더 빨리 가는 길로.

 

그리고 그때 앞에 세우는 명분이 ‘본성’이더라. 본성은 타고난 성향이잖아. 누구는 빠르고, 누구는 느리고, 누구는 표현이 많고, 누구는 과묵하고, 누구는 계획적이고, 누구는 즉흥적이고. 본성 자체는 나쁜 게 아니야. 오히려 본성은 나를 이해하는 중요한 힌트지. 

 

문제는 본성이 “이해”가 아니라 “면제”가 되는 순간이야. 본성은 나를 설명하지만, 이치를 뛰어넘게 해 주진 않더라. “난 원래 급해.” 그래서 기다림을 건너뛰고, “난 원래 감정 표현을 못 해.” 그래서 대화를 피하고, “난 원래 계획이랑 안 맞아.” 그래서 준비를 생략하고. 


물론 그럴 수 있어. 누구나 성향이 다르니까. 근데 삶은 신기하게도, 이치를 건너뛰는 걸 오래 허락하지 않더라. 


준비를 건너뛰면 그만큼 현장에서 당황하고, 대화를 피하면 오해가 쌓이고, 기다림을 생략하면 관계가 얕아지고, 노력을 줄이면 실력도 거기서 멈추더라.

 

그러면서 나는 깨닫게 돼. 본성이 아무리 그렇다 해도, 삶의 흐름은 결국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걸. 


우리는 본성대로 살겠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편한 길을 고르는 때가 있어. 솔직히 말하면, 본성이라는 말 뒤에는 이런 마음이 숨어 있을 때도 있잖아. 힘든 건 하기 싫고, 불편한 건 피하고 싶고, 내가 손해 보는 건 싫고, 그냥 지금 당장 편하고 싶고. 


그게 나쁘다는 말은 아니야. 사람은 원래 그래. 근데 그 마음이 계속 쌓이면, 어느 순간 삶은 '편함'을 주는 대신 다른 걸 가져가더라. 여유를 가져가고, 자존감을 가져가고, 관계의 온도를 가져가고, 내가 믿는 마음까지 조금씩 가져가. 


그래서 어떤 날은 이런 생각까지 하게 돼. “나는 본성대로 사는 게 아니라, 불안해서 도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이치에 맞게 나를 다듬는 건, 나를 억지로 바꾸는 게 아니라 나를 살리는 일이더라.


여기서 중요한 건, 본성을 없애자는 게 아니야. 본성을 부정하면 결국 더 큰 반발이 생기더라. 


대신 나는 이렇게 생각해. 본성은 ‘나의 재료’고, 이치는 ‘삶의 법칙’이고, 성숙은 그 재료를 이치에 맞게 다듬는 과정이라고. 급한 성향이 있다면 기다림을 연습해야 하고, 표현이 서툴다면 짧은 말이라도 꺼내는 연습이 필요하고, 즉흥이 편한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준비 만이라도 갖추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 


이치에 맞게 사는 건 나를 억지로 누르는 게 아니라, 내 삶이 덜 흔들리게 해주는 ‘버팀목’이 되더라. 

 

그래서 요즘 나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해. “지금 나는 이치를 거스르고 있나, 이치에 맞춰 나를 다듬고 있나?” “내가 ‘원래 그래’라고 말하는 순간, 그건 내 본성일까, 아니면 내가 피하고 싶은 걸 가리는 말일까?” 


이 질문이 신기하게도, 나를 비난하기보다 나를 깨우더라. 나는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사람답게 살면서도 자주 길을 잃는 사람이고, 그래서 다시 방향을 잡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게 되더라. 그리고 그 인정이, 이상하게 마음을 편하게 해 줘.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건 ‘본성대로’가 아니라 ‘이치대로’를 회복하는 거 아닐까. 


여행에서 중심가가 편하듯, 삶에도 편한 길이 있어. 그리고 사람은 자꾸 그 길로 가고 싶어 해. 근데 이치는 늘 말해. “씨를 뿌려야 열매를 맺는다.” “쉬어야 다시 간다.” “말해야 마음이 닿는다.” “지키면 신뢰가 쌓인다.” 이건 잔인한 법칙이 아니라, 사실은 우리를 살리는 흐름이더라.

 

그래서 오늘은 너에게도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 혹시 요즘 너는 결과를 원하면서 과정을 피하고 있진 않은지, 평안을 원하면서 멈춤은 거부하고 있진 않은지, 관계를 원하면서 책임은 줄이려 하고 있진 않은지. 그리고 혹시 ‘본성’이라는 말로 그 이치를 슬쩍 비켜가려 하고 있진 않은지.

 

가끔은 대단한 결심보다, 이치 앞에 솔직해지는 한 걸음이 더 크더라. 오늘은 이렇게 말해도 괜찮아. “원래 내가 이래”가 아니라, “그래도 나는 조금씩 다듬어 갈 거야.” 


이치는 나를 괴롭히려고 있는 게 아니라, 결국 나를 살리려고 흐르는 거더라. 그러니까 오늘은 본성대로 밀어붙이기보다 이치에 맞게 나를 조금 다듬어도 괜찮아. 그게 결국 내가 나를 덜 다치게 하고, 사람도 덜 다치게 하는 길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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