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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국 칼럼} 행운을 불러온다는 복조리의 아련한 추억
  • 海垣, 이경국 칼럼니스트
  • 등록 2026-01-23 12:37:12
  • 수정 2026-01-23 12: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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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垣, 이경국 (칼럼니스트)설이 다가오니 복조리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스친다. 해마다 음력 초하룻날 새벽에는 대문 너머로 복조리가 던져져 있었다.


복조리는 대나무로 만들었으나 언제부터인지 컬러풀하게 예쁜 모습으로 바뀌더니 그만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해 행운을 불러온다는 복조리를 집집마다 던져 넣는 일은 주로 아르바이트 학생이 하는 일이었다. 


아내는 현관문을 열면 잘 보이는 벽에 복조리를 걸어 둔다.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면서 복이 가득 들어 오는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께서도 복조리를 귀하게 여기셨다. 음력 설에 볼 수 있는 우리민족의 따뜻한 작은 문화유산이 복조리였다.


수금이 잘 되지 않는지, 세상인심이 야박해 졌는지 복조리가 흔적 없이 사라져버려 여간 아쉽지 않다.


디지털 문화에 밀려 귀중한 영혼의 자산이 많이 자취를 감추었다. 


새색시가 시집 올 때 가마 속에 가지고 가는 요강도 사라져 버렸다. 우리 민족의 이동식 변기인 요강은 모양이 여간 아름답지 않다. 


삼동에는 윗목의 요강이 얼어 버린다. 추워서 밖으로 나가기 쉽지 않기도 했지만, 옛날에는 호랑이나 늑대가 있어서 밤에는 조심해야만 했다.


추억 거리는 사라지고 그저 어디서든 스마트폰에 목숨을 거는 시대다. 작은 공간에 무수한 자료가 있으니 혼을 빼앗길 수 밖에 없다.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가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사용하지 않을까 싶다. 남녀노소, 장소 불문하고 두드린다. 독서량이 줄어들고 전화번호는 몇 개도 외울 수 없는 기억력의 잼뱅이 시대가 된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문화 말살 정책 가운데 가장 실패한 것이 <음력설 > 없애기였다.


신정을 만들어서 혹독하게 노력을 기울였으나 민족의 영혼이 깃든 설은 유지되어 왔다. 용어조차 신정·구정으로 부르면서 설을 폄하하기도 했다.


새해에 하루 쉬는 날이 1월 1일이다. 아직도 구정(舊正)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많은데 이는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신정이란 용어를 써서도 안 된다. 이중과세는 있을 수 없다. 물론 차례를 지내고 설에는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다. 


구겨진 문화가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설'이라고 부르면 된다. '음력설'도 맞는 말이지만 양력설은 법적인 근거도 없으며, 일본이 만든 용어이다. 새해이니 그냥 하루 쉬면 족하다고 본다.


어디 복조리 파는 곳이 있으면 사다가 벽에 걸어 놓고 어머니 생각에 잠겨 볼 생각인데 잘 보이지 않는다.


조리는 밥을 할 때 돌이나 불순물을 걸러내는 소중한 부엌 도구이다. 하필 걸러내지 못한 돌은 꼭 시아버지 밥그릇에 들어간다. 


그러면  며느리는 죽을 상을 짓는다. 그렇게 가족이 정이 들었던 옛 시절이 그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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