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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용의 마음노트} 왜 중심가 숙박비는 이렇게 비싸지?
  • 김호용 공인회계사 /작가
  • 등록 2026-01-26 22:53:40
  • 수정 2026-01-29 12: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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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용 (공인회계사 /작가)“왜 중심가 숙박비는 이렇게 비싸지?” 여행 준비할 때 이런 생각 해본 적 있지 않아? 지도에서 딱 한가운데, 광장 옆, 역 근처, 사람들이 몰리는 곳으로 갈수록 가격이 확 올라가잖아.

 

“편하니까 비싼 거겠지.” 처음엔 단순하게 생각했어. 근데 여행을 다녀보니까 그게 단순히 숙박비 이야기만은 아니더라. 어느 순간부터는 그 ‘가격’이 우리 삶이랑 묘하게 닮아 보이기 시작했어.

 

중심가는 말 그대로 ‘시간’을 사는 곳이야. 거기 묵으면 확실히 편하잖아. 걸어서 금방 닿고, 길을 헤매도 다시 돌아오기 쉽고, 밤늦게 들어와도 덜 불안하고. 그러니까 비싼 건 방이 아니라 내가 아끼는 시간이고, 내가 덜 쓰고 싶은 체력이더라. “덜 걱정하고, 덜 헤매고, 빨리 닿겠다.” 결국 그 '편한 값'을 숙박비로 내는 거더라.

 

그런데 이상하게도 중심으로 갈수록 마음이 바빠지기도 해. 편해졌는데 마음은 더 조급해지는 거지. 볼 게 많으니까 자꾸 욕심이 붙는 거지. “이것도 봐야지.” “저기도 들러야지.” “여기까지 왔는데...”

 

이러다 보면 하루가 여행이라기보다 마치 체크리스트를 지우는 하루처럼 흘러가기도 하더라. 중심가는 편한데, 그 편리함이 내 마음을 서두르게 만드는 거지.

 

외곽은 불편한 대신 숨 쉴 틈을 줘. 외곽 숙소는 솔직히 불편하지. 지하철을 한번 더 타야 하고, 환승도 해야 하고, 밤에 돌아오는 길은 조금 낯설고. 근데 그 불편함 덕분에 내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져. 


느려지니까 동네가 보이더라. 관광객이 아니라 그 동네에서 사는 사람들, 아침에 빵 사러 나오는 표정, 저녁에 창문을 열고 하루를 정리하는 소리 같은 것들. 작은 카페에 조용히 앉아 있는 동네 사람들, 장바구니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 같은 것도 보이고. 

 

그때부터 여행이 조금 달라졌어. ‘많이 보는’ 여행이 아니라 ‘남는 여행’이 되더라. 근데 있잖아, 이게 여행만의 얘기가 아니더라. 우리 일상도 비슷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 있잖아. 뭔가 중심 같고, 거기 있으면 더 안전할 것 같고, 잘하는 사람들 옆에 있으면 나도 덜 불안할 것 같은 자리. 

 

근데 막상 그 안에 들어가 보면, 겉으로는 괜찮은데, 속은 자꾸 지치더라. 돈이 더 드는 건 당연하고, 그보다 더 자주 ‘마음 값’을 치르는 느낌이었어. 


“나도 더 잘해야 하나?” “나만 뒤처지는 거 아니야?” “왜 이렇게 마음이 쉬질 않지?” 그러다 보면 여유는 조금씩 줄고, 사람 관계도 괜히 조심스러워지고, 쉬는 시간은 늘 ‘다음에’로 밀려나기도 해. 

 

이상하지? 안전해지려고 들어간 자리인데, 오히려 마음은 더 긴장하는 것 같아. 근데 이게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애쓰고 있다는 증거 같아서... 가끔은 내 마음이 좀 짠해지더라.

 

그래서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 우리도 여행에서 중심가만 찾듯이, 삶에서도 자꾸 ‘중심’만 잡으려고 애쓰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근데 있잖아, 늘 중심에 있지 않아도 괜찮더라. 조금 떨어져 있어도, 내 마음이 숨 쉬는 자리를 갖는 게 오히려 더 중요할 때가 있어. 편리함이 조금 줄어도, 내가 나답게 웃을 수 있으면, 그게 결국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여행 계획을 이렇게 바꿨어. 중심가에 하루 이틀은 있어. 도시의 심장을 가까이서 듣는 날도 분명 필요하거든. 그런데 나머지 날은 조금 외곽으로 옮겨.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 “조금 돌아가도 괜찮아.” “이번엔 서두르지 말고, 마음에 남게 가자.” 그 한마디가 여행을 ‘해야 하는 일’에서 ‘쉬어 가는 시간’으로 바꿔 주더라.

 

너에게도 한 번 묻고 싶어. 혹시 요즘 너는 삶의 중심가에만 숙소를 잡고 있진 않아? 편리함을 얻는 대신 마음이 너무 비싼 값을 치르고 있는 건 아닌지.

 

가끔은 조금 돌아가도 괜찮아. 조금 멀어도 괜찮아. 돌아가는 길이 오히려 나를 쉬게 하고, 다시 걸을 힘을 모아 주는 길일 때가 많더라. 


오늘은 ‘가장 가까운 곳’ 말고, ‘가장 편안한 곳’에 숙소를 잡아도 괜찮아. 편한 숙소는 동선을 줄여주지만, 마음이 편한 숙소는 하루를 살려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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