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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용의 마음노트} 쉽게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
  • 김호용 공인회계사 /작가
  • 등록 2026-02-10 13: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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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용 (공인회계사 /작가)가끔 그런 날 있잖아. 하루는 끝났는데 마음은 계속 후회되는 말 한마디에 머물러 있는 날.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나를 붙잡고 혼자 자꾸 되묻는 날. “그때 왜 그랬을까?” “조금만 달랐으면 어땠을까?” 머리로는 지나간 일인 줄 아는데, 마음은 쉽게 놓아주질 않더라.

 

그런 마음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종종 찾아오더라. 말 한마디를 괜히 날카롭게 했다가 하루 종일 후회하는 날도 있고, 보내고 나서 “왜 그랬지” 싶은 문자 하나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날도 있고, 가족에게, 친구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미안한 장면이 자꾸 떠오르는 날도 있잖아. 그럴 땐 내가 나를 제일 먼저 다그치고 붙잡게 되더라.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고, 누구나 후회할 일을 남기며 살아가잖아. 그런데 이상한 건, 남의 실수에는 비교적 관대하면서도 자기 자신에게는 유난히 가혹하다는 거야. “그때 왜 그렇게 했을까?” “조금 더 잘 했으면 어땠을까?” “그 선택 하나 때문에 모든 게 꼬인 건 아닐까?” 이미 끝난 일인데도, 그 장면을 다시 불러와, 오늘의 마음을 심문하듯 붙잡고 있는 거지.

 

어쩌면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만큼 진지하게 살아왔기 때문일지도 몰라. 아무 의미 없던 일이라면 후회도 남지 않았을 거야. 아무 마음도 없었다면 그 장면이 그렇게 오래 남아 있지도 않았겠지.

 

후회가 있다는 건, 그 순간에 지키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고, 놓치고 싶지 않았던 관계가 있었고, 진심이 있었다는 증거일지도 몰라. 그래서 자기 용서가 어려운 건, 약해서라기보다 그만큼 마음을 다해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후회가 많다는 건, 꼭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뜻이 아닌 것 같아. 오히려 그만큼 진심으로 살았다는 흔적일 때가 많더라. 문제는 그 진심이 어느 순간부터 나를 살리기보다, 나를 몰아붙이는 쪽으로 바뀔 때가 있다는 거지.

 

후회는 우리를 돌아보게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우리를 묶어 둘 수도 있어. 후회를 반성의 자리에 두면 다시 살아갈 힘이 되지만, 후회를 자기 비난의 자리에 두면 오늘은 계속 과거에 발이 묶여 버려.

 

'자기 용서'라는 건 “괜찮았어” 하고 가볍게 넘기는 게 아니라, “그때의 나는 그만큼만 알고 있었고, 그만큼만 감당할 수 있었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 주는 것에 더 가까운 것 같아. 이건 변명이 아니라, 그때의 나를 정직하게 인정해 주는 일이야.

 

여기서 자주 헷갈리는 게 하나 있어. 용서하면 내가 잘못한 걸 덮어버리는 것 같고, 같은 실수를 또 할 것 같고, 책임을 피하는 사람 같아서 마음이 더 불편해지기도 해. 


근데 자기 용서는 ‘없던 일’로 만드는 게 아니더라. “그건 분명 잘못이었어. 하지만 그 한번의 잘못으로 너를 판단하진 않을게.” 이렇게 말해주는 쪽에 더 가깝더라.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면 오늘은 쉬어도 되는 시간이 아니라, 계속 벌을 받는 시간처럼 느껴지기 쉬워. “아직도 부족해.” “이 정도로는 안 돼.” “너는 아직 용서 받을 자격 없어.” 이런 마음이 오늘을 편히 쉬지 못하게 하는 거지.

 

하지만 용서가 시작되면 오늘은 마음이 조금 놓이는 하루가 돼. 완벽하지 않아도, 다 정리되지 않아도, 그냥 오늘을 살아도 괜찮아지더라. 

 

사실 우리 안에는 두 목소리가 같이 있잖아. 하나는 “다시는 그러지 말자”라는 목소리고, 다른 하나는 “그래도 넌 끝난 사람이 아니야”라는 목소리. 문제는 첫 번째 목소리만 너무 커질 때야. 그때 오늘은 ‘살아가는 시간’이 아니라 ‘벌 받는 시간’이 되어버리더라. 


그래서 용서는 나를 봐주는 게 아니라, 오늘을 다시 살게 해주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자기 용서라는 게 '과거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과거를 안고도 오늘을 살게 해 주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오늘 우리가 해볼 수 있는 건 이런 거라고 생각해. 오늘은 그냥 오늘의 나에게 조금 덜 가혹해지고, 마음에 남아 있는 ‘그때의 나’에게 조금 덜 차갑게 말해 주는 거지.

 

혹시 도움이 된다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 그 장면이 떠오를 때, 스스로에게 딱 한 문장만 해주는 거야. “그때의 나는 나름 최선을 다했어. 지금 돌아보니 조금 서툴렀을 뿐이야.” 


그리고 가능하면 작은 행동 하나로 마무리해 보는 거지. 미안했다면 짧게라도 사과하기, 고치고 싶다면 내일을 위해 작은 약속 하나 적어두기, 오늘은 힘들면 잠깐 쉬고 내일 다시 이야기해보기. 이렇게 하면 후회가 나를 묶는 게 아니라, 나를 조금 앞으로 이끌어주더라.

 

오늘은 내 마음에게 이렇게 한마디 해줘도 괜찮아. “그때의 너도 최선을 다했어. 이제는 조금 쉬어도 돼.” 그 말 한 마디가 오늘을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하루로 바꿔 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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