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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국 칼럼} 7일의 왕비, 단경왕후
  • 海垣, 이경국 칼럼니스트
  • 등록 2026-02-06 14:39:41
  • 수정 2026-02-06 14: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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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垣, 이경국 (칼럼니스트)조선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 왕비였으나 가장 길게 기억되고 있는 이름이 <단경왕후>이다.


중종과 단경왕후(端敬王后)의 절절하고 애톳한 사랑은 <치마바위>에 얽힌 이야기로 전설처럼 내려 오고 있다.


중종의 정실부인인 단경왕후는 7일간의 왕비 자리에서 내려와 사가에서 71세까지 생존하였으니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질곡의 삶이었다고 보여진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종>과 <단경왕후>는 시호에 '단' 자(字)가 들어 있다. 역사상 가장 가슴 아픈 애사를 남긴 단종이다. 그리고 슬프고도 슬픈 사연을 남긴 단경왕후다.


단경왕후는 연산군의 처남인 신수근의 딸로서 연산군의 이복동생이자 성종의 둘째 아들인 진성대군과 13세 때 가례를 올렸다. 신씨가 진성대군보다 1살 연상이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한다. 부친인 신수근이 중종의 아내인 딸과 연산군의 아내인 누이 중 다른 선택을 했다면 반정 세력에게 축출되어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1506년(연산군 12년) 9월 중종반정 당일 반정군이 먼저 진성대군을 호위하려고 집을 에워싸자 진성대군은 자신을 죽일 것이라 지레 짐작하고 자결하려 했다. 이때 부인 신씨는 "군사의 말머리가 이 궁(진성대군 자택)을 향해 있으면 우리 부부는 죽어야 하지만, 말머리가 궁궐을 향하고 있다면 공자를 호위하려는 뚯일 것"이라며 남편을 말렸다. 사람을 보내 알아보니 과연 말머리가 궁궐을 향해 있었다. 이에 진성대군은 문을 활짝 열고 무사들을 맞이했다고 한다. 


반정 당일 신씨의 만류가 없었다면 진성대군은 지레 자결하고 말았을 것이다. 남편을 지혜로 살려낸 공이 컷으나 신씨는 결국 7일만에 폐출 당하고 만다. 


반정 세력이 "역적의 딸을 궁궐에 그냥 두면 안됩니다. 사사로운 온정을 끊고 밖으로 내치소서"라고 강력히 요구했기 때문이다. 중종은 "조강지처를 어찌 내치냐"며 버텼지만 왕권이 약한 탓에 결국 7일만에 뜻을 꺽을 수 밖에 없었다. 


친정이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고 남편 중종과는 강제 이혼 당하는 등 중종반정의 최대 피해자로 전락한 당시 그녀의 나이 고작 19살이었다.


이 때 중종이 좀더 강력하게 밀어 부쳤다면 역사는 바뀌었을까.


야사에 따르면 중종은 비록 반정 공신들의 압박에 못이겨 신씨를 내쳤으나 마음 속으로는 매우 그리워했던 것으로 보인다. 종종 신씨가 살고 있는 사가(私家) 방향을 바라보았는데,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신씨는 중종이 볼 수 있도록 자신의 붉은 치마를 인왕산 바위 위에 걸어 놓았다고 한다. 


'치마바위''의 이야기가 가슴을 저미게 하지만 아쉬운 점이 너무나 많다.


사후 182년이 지난 1739년(영조 15년) 영조의 뜻에 따라 사후 복위되어 '단경왕후'라는 시호를 받았고, 양주 장흥에 있던 무덤 역시 온릉(溫陵)으로 승격되어 왕비의 격에 맞춰 다시 조성됐다.


조선의 왕비 가운데 가장 비련의 주인공인 단경왕후는 <7일의 왕비>란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자녀도 없이 불안 속에서 71세까지 장수를 하였으니, 그 삶이 마치 단종이 떠나보내고 83세까지 명을 유지한 정순왕후를 떠오르게 한다.


중종의 무덤인 정릉은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선정릉 안에 있다. 단경왕후의 온릉(溫陵)은 양주에 있으니 살아 생전에 남긴 치마바위의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자주 만나서 못 다한 회포를 풀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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