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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국 칼럼} 물항라 저고리와 <울고 넘는 박달재>
  • 海垣, 이경국
  • 등록 2026-02-10 18:02:39
  • 수정 2026-02-10 18: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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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垣, 이경국 (칼럼니스트)사실 '물항라 저고리'가 무엇인지 남자들은 잘 모른다. 그러면서도 <울고 넘는 박달재>는 잘 부른다. 워낙 유명한 가요이며,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물항라 저고리의 '물항라'는 '물세탁이 가능한 항라'란 뜻이다. 세탁소 신세를 지지 않아도 집에서 세탁이 가능하니 편리한 것이다.


물항라 저고리를 입은 어여쁜 여자가 궂은 비에 저고리를 적시는 이별의 노래가 <울고 넘는 박달재>이다.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 비에 젖는구려/ 왕거미 집을 짓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울었소 소리쳣소 이 가슴이 터지도록

 

필자는 군 입대가 많이 늦었다. 9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중학교 졸업 후 한 해를 꾸어서 고교 진학을 했으며, 대학을 졸업하고 현역으로 갔으니 무척 늦은 편이었다.


훈련소의 짧은 휴식 시간에 김석태 소대장님께서는 <울고 넘는 박달재>를 쉼없이 가르쳐 주셨다. 세월이 오래 지난 어느 조용한 시간에 그 사연을 에세이로 써서 카톡에 올린 적이 있다.


모교 교수를 역임한 조순 박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는 경제학과 후배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자신의 고모부님 같다는 것이다.


연락처를 알아서 전화를 드렸더니 과연 김석태 소대장님이 맞아 주셨다. 세월이 많이 흐른 뒤였지만 소대장과 이등병은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박달재에는 박달 도령과 금봉 낭자의 동상 등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울고 넘는 박달재>는 정상에서 늘 울려 퍼진다.


박달재는 충주와 제천을 잇는 교통의 요지다. 영남의 선비인 박달이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는 길에 이 고개를 넘게 됐다. 그때 마을 처녀 금봉을 보고 연모하게 되었으며 두 사람은 영원한 사랑을 기약한다. 금봉은 고갯마루 서낭당에서 한양 쪽을 바라보며 도령의 과거 급제와 상봉을 애타게 기다렸다.그러나 과거에서 낙방한 박달은 금봉을 찾지 못했다. 세월이 지나 박달이 금봉을 찾아왔을 때 금봉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박달은 금봉의 환영을 쫓아가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고 만다. 


이후 사람들은 두 사람의 사랑을 기억하며 이 고개를 '박달재'라고 부르게 됐다. 이루지 못한 사랑은 그 애틋함이 가슴을 저미게 한다.


<울고 넘는 박달재>는 1948년에 발표된 노래인데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노래 가사가 좋기도 하겠지만, 금봉이와 박달청년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연민의 정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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