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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도천방(芝山陶天房)의 영원한 적--- 길들여지지 않는 芝山이란 인간
  • 지산(芝山) 이종능 도예가
  • 등록 2025-10-01 13:04:37
  • 수정 2025-10-01 14: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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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芝山) 이종능나는 누구일까? 어디서 왔다가 어디메로 가고 있는가...


산골에서 꿈틀거리는 미물들도 소리 없이 왔다가 언젠가는 기약할 수 없는 시간에 햇빛을 등지고 만다... 이것이 나의 삶일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한번쯤 어느 시점에 무엇엔가 매혹되는 경험을 가지게 된다. 그 대상은 사람일 수도 있고 혹은 어떤 소리이거나 코 끝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일 수도 있다.


내 정신을 매혹 시켰던 것은 어린 시절 만난 하나의 선(線)이었다. 


나는 고도 경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푸른 하늘을 베게 삼아 허공을 가르는 계림 숲의 이끼 낀 기와 지붕의 線. 천 년의 세월을 간직한 은은한 에밀레 종소리...


내가 자연 박물관에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유년시절을 보냈다. 이것이 '흙과 불의 여행'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때부터 30여 년을 두고 한결같이 점점 더 강렬하게 나를 이 길로 이끌고 있다.


'도예가'. 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 마지막까지 함께 가는 길동무이다. 이제는 도자기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낀다. 겉으로 친해지고 싶지 않다. 어머니가 나에게 그랬듯이 은은한 가슴의 정으로 대하고 싶다. 멀어질까... 두려움 때문에...  


내가 살아온 삶의 모든 것이 가슴에 녹아 손끝으로 흘러내려  토흔(土痕)이란 새 생명을 탄생시켰다.


나와 내 도자기가 같은 것은 흙과 불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난히도 남과 같아지는 것을 싫어했다. 이종능이란 존재가 하나의 소우주이고 싶을 따름이다.


지산도천방(芝山陶天房)의 영원한 적은 길들여지지 않는 芝山이란 인간이다. 언제까지나 그와 씨름하고 얘기하고 싶다. 


새로운 창조는 무(無)에서 시작된다. 無를 가지기 위해 오늘도 1,300°C의 장작불에 내 자신을 태워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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